무대 이야기/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2013 재연] 두 도시 이야기 앓이 시드니 앓이 1 - 작품 속의 시드니 칼튼

조경란 2013. 8. 14. 18:21

끝이자 시작이었다. 천국이자 지옥이었다.

공연은 끝났지만 나의 두 도시 이야기 앓이는 이제 시작이겠구나.

공연 보는 동안은 행복한 천국의 시간을 보냈지만 보지 못하는 동안은 그리워하는 지옥의 시간을 보내겠구나. 

-2013년 8월 11일 9 시 50분 샤롯데 씨어터를 나서면서-


 

머리말

 

6월 18일 첫공 보고 빨려 들어가 버렸다. 프리뷰의 시드니 칼튼역이 서범석 배우에서 윤형렬 배우로 바뀐 바람에 일어난 예매대란에 나 같은 곰손이 2층 4열 중간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이 자리가 블랙 홀 입구였다. 그날 그 별 속에 빨려 들어갔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먹먹함에 정신을 놓아서 그 늦은 밤에 차 잘못 타고 왔다갔다...뭐 그다음부터는 시간과 자금이 허락하는 한 가열차게 회전문. 좋아하는 소설을 감동적인 뮤지컬로 만난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었고 즐거움이었다. 물론 공연 3시간 내내 울다가 나오긴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담담하게 시대를 담아내던 그 소설이 참 좋았다. 작가를 무정하다고 탓하면서도 그 행간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소설은 프랑스 혁명을 전후 시기의 파리와 런던이라는 장대한 시,공간과 그 시대를 살았을 법한 다양한 인물들을 담고 있는데, 시드니 칼튼도 그 중 한 사람. 때로는 엄마 루시와 꼬마 루시에게 감정이입되어 한없이 그가 고맙고 고마웠다. 때로는 그에게 감정이입되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자신을 증명하려는 그의 고민에 공감하게 되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류정한, 서범석, 윤형렬이란 세 배우를 통해 시드니 칼튼을 만났다. 그들을 만나는 동안 심장이 저릿저릿했다. 순정호구 곰드니, 성자 류드니, 아버지 범드니,  

 

 

 

1. 작품 속의 시드니 칼튼 

 

(1) 취해서 살다 - 런던 시민 시드니 칼튼

(2) 루시를 만나다 - 빛을 만나다, 사랑을 만나다

(3) 마담 드파르지를 만나다 -혁명을 만나다, 파리 시민을 만나다.

(4) 다시 살아나다 - 내 이름은 시드니 칼튼


 

(1) 취해서 살다 - 런던 시민 시드니 칼튼

시드니 칼튼은 1780년을 전후한 어느 시기, 영국 런던의 템플(올드 베일리와 함께 영국의 법조 타운)에서 동료인 스트라이버와 함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다. 술에 취하지 않고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단다. 이 세상이 지독하게 싫은 모양인가 보다. 왜 그렇게 이 세상이 싫은가? 스트라이버 말처럼 그의 부모님이 그를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시드니가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도 없이 그렇게 지내는 건가? 아니, 뒷골목 선술집의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술꾼들이 그의 가족이자 친구란다. 이 사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냥 생긴대로 태생대로 사는 거란다. 시드니 당신이 어때서? 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한데? 그렇지만 시드니는 “런던 시민”이다!!!


시민혁명도 산업혁명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그럴듯하게 치러낸 유럽의 선진국, 영국. 그리고 그 수도 런던. 유럽 어느 곳보다 민주적인 곳? 그래서 희망이 머물 수 있는 곳? 정말 그럴까? 신분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시민 혁명은 그들만의 혁명이고 자본가들만 배부르게 하는 산업혁명도 그들만의 혁명. 오히려 산업혁명으로 자본가란, 부르주아란 고약한 지배층을 하나 더 만들어 내었다. 아니 모든 지배층이 자본가로 귀결되고 있었다. 그들만의 혁명에 모두가 취해 있는 꼴이란....그렇게 취한 거나 술에 취한 거나 매일반 아닌가?(넘버 “The Way It Ought To Be - London”)  아니 술에 취한 것이 더 정직한 것일지도. 희망도, 미래도 잠시 취해서 머물 뿐 호의적이지는 않다. 혁명이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었다. 패배감, 무력감에 세상이 싫어진다. 마치 세상을 너무 좋아하는데, 상처받아서 싫다고 말하고 그래서 정말 싫어져 버린 듯이. 혁명의 성공에 취해 있는 세상이 시드니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렇게 취해있는 세상을 시드니가 좋아하지 않는 거다.

 

(3명의 시든니 칼튼 / 좌부터 윤형렬, 류정한, 서범석 / 2013년 7월 1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촬영)



(2) 루시를 만나다 - 빛을 만나다, 사랑을 만나다


그 날도 술에 취한 채 재판장(올드 베일리)에 나갔다, 반역죄로 기소된 찰스 다네이란 프랑스 청년을 변호하기 위해. 지난 밤에 염소염통 술집에서 다네이를 고발한 바사드를 만나 구슬리니, 바사드는 프랑스의 에버몽드 후작이 바른 말 하는 조카를 미워해 죽이려고 자신을 사주했다고 털어 놓았다. 법정에서 시드니 칼튼을 알아 본 바사드가 지난 밤의 일을 기억해 내고 "닮은 사람을 보고 착각했다"면서 다네이에 대한 고발을 취소해 준 바람에 다네이는 무죄방면되었다. 바사드의 말처럼 시드니 칼튼과 찰스 다네이는 놀랍게도 닮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때 다네이를 위해 증인으로 나섰던 루시가 시드니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그녀는 바스티유에서 17년간 옥살이를 하다 풀려난 아버지를 모시러 파리에 다녀오는 배에서 다네이를 만났다고 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일 뿐인데도, 그녀는 그를 위해 증언하고, 그의 무죄방면에 기뻐하고, 그를 변호한 변호사들에게 일일이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세상이 시드니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었던 때가 있었나? 그 순간 시드니에게 루시는 그녀의 이름처럼 빛과 같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면 오히려 움찔하고 피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그녀란 빛에 비춰보는 자신의 한없이 초라하기에, 시드니는 루시를 다만 깨고 싶지 않은 “아름다움 꿈”으로만 품고 있었다.(넘버 “Reflection")


빛은 만질 수 없고 가질 수도 없지만 어느 새 다가와 구석구석 골고루 비춘다. 루시라는 빛은 시드니를 비추고, 시드니의 세상을 비추었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처럼. 루시를 사랑하게 된 시드니에게 이제 세상은 따뜻했고 별이 수놓인 밤하늘처럼 아름다웠다.(넘버 “I Can't Recall”) 이런 세상이라면 시드니도 꿈을 실현해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신은 “그녀를 사랑하셔서 그에게 허락하지 않으셨는지” 그녀는 다네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만다. 그런데도 시드니는 루시와 다네이에게 딸(꼬마 루시)이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 그들 곁을 떠나지 못한다..(넘버 “If Dreams Came True”) 루시 곁을 그렇게 서성이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들 가족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치 루시를 마네뜨 박사 대신 키웠던 로리씨와 미스 프로스처럼. 그리고 그들과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그들의 꿈처럼 이제 시드니의 꿈은 엄마 루시에게서 꼬마 루시에게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 (넘버 "Little one")

 

 

(루시와 마담 드파르지 / 좌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현주, 신영숙, 임혜영, 백민정 / 2013년 7월 1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촬영)

 

(3) 마담 드파르지를 만나다 -혁명을 만나다, 파리 시민을 만나다.


그 무렵에 다네이는 고향의 가벨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가벨은 그의 삼촌이 에버몽드 후작이 살해당했고, 자신의 목숨도 위험에 처했다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다네이는 삼촌 에버몽드 후작이 민중(파리 시민)을 핍박하고 가혹하게 수탈하자, 에버몽드 가문과의 절연하고 런던으로 떠났다. 다네이가 떠나자 에버몽드 후작은 바사드를 사주해 그를 반역죄로 고발하도록 하였고, 때때로 그에게 위협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에버몽드 후작은 꼬마 가스파드를 마차로 치어 죽이고도 일말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그들을 의도적으로 짓밟을 수 있음을 호언했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 가스파드가 결국 그를 살해하고 말았다. 에버몽드 후작으로 인해 파리 민중들은 아이를 잃었고, 그 아이로 상징되는 꿈과 희망, 미래를 잃었다. 그 순간 민중의 한과 분노는 폭발하였고, 여기에 다른 파리 민중들이 동참하면서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였다.(넘버 “Untill Tomorrow”) 한때 프랑스인들에게 빛이었던 루이 16세와 그 왕비 마리 앙뚜와네트를 비롯해 많은 귀족들이 차례로 재판을 받고 단두대에서 사라졌다. 귀족들만이 아니었다. 오래도록 참아왔던 분노였던만큼 그 폭발력은 위력적이었다. 힘이 실리는 순간 그것은 폭력으로 변했고, 폭력의 광풍은 귀족들뿐만 아니라 다른 파리 시민들에게도 불어 닥쳐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죄 없이 단두대로 보내졌다.


파리로 돌아온 다네이는 시민군들에게 체포되었고, 그들이 세운 시민법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해야 했다. 다네이를 고발한 사람은 마담 드파르지와 그의 남편, 그리고 마담 드파르지가 읽은 고발장 속의 마네뜨 박사. 20여년 전 마네뜨 박사는 에버몽드 후작 형제가 벌인 강간과 살인을 목격하였는데, 그들의 죄를 은폐하는 데 동조하지 않은 까닭에 17년 동안 바스티유에서 옥살이를 했다. 옥살이를 하는 동안 마네뜨 박사는 당시의 참사를 기록하면서 에버몽드 가문의 마지막 한사람까지 고발하는 문서를 써 남겨 두었다. 그때 살해당한 남매의 어린 여동생이 마담 드파르지. 그녀는 마네뜨 박사의 고발장을 감옥에서 찾아내어 그 사실을 밝히고 에버몽드 가문 사람인 다네이를 고발하였다. 장인 마네뜨박사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삼촌이 벌인 죄로 인하여 다네이는 사형에 처해진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마네뜨 박사를 비롯하여 모두가 다네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마담 드파르지는 그들 뒤에서 싸늘하게 “어디 한번 노력해 보시죠”란 말을 남기고, 그 모습을 시드니가 보게 된다. 이때 오가는 두 사람의 짧지만 강렬한 눈빛. 시드니 머리 속에 아주 잠시겠지만 루시를 만나기 전 노력해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이 모습이 지나가진 않았을까? 마담 드파르지를 만난 그 순간 시드니 킬튼도 프랑스 혁명의 한 중간에 서게 되었다.

 

(4) 다시 살아나다 - 내 이름은 시드니 칼튼


마네뜨 박사는 다네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가 에버몽드 가문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품성과 그를 행한 딸 루시의 사랑과, 자신의 루시에 대한 사랑으로 그를 용서하고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다네이가 위험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하여 도버를 건너 파리로 와서 그를 위해 법정에서 진술을 하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드파르지 부부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가 복수심에 남긴 고발장은 결국 마네뜨 박사가 그토록 사랑하는 딸의 가족을 해치고 말았다. 복수는 결국 자신을 해치는 것. 마담 드파르지의 복수는 다네이에서 그치지 않았고 루시와 꼬마 루시에게까지도 미쳤다. 그러나 그녀의 복수 또한 자신을 해치고 말았다.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는 폭풍우였지만, 시드니는 그 폭풍우를 멈추고 싶었을까? 목숨을 걸고 시드니를 믿어 주는 루시를 위해, 시드니 아저씨라면 아빠를 데러올 수 있다고 믿는 꼬마 루시를 위해. 시드니는 크런처과 바사드의 도움으로 감옥에 갇힌 다네이를 면회할 수 있게 되었다. 감옥으로 다네이를 만나러 가기 전날 밤에 그는 오래도록 기도를 했다. 꼬마 루시를 위해,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미래를 위해. 결국 시드니는 다네이를 탈출시키고 감옥에 남았고, 대신 단두대에 섰다.


시드니가 루시에게 남긴 편지에서 이 길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를 위해, 그녀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세상을 떠난 후에 사랑과 존경과 감사를 받을 수 있다면 그 인생이 의미있을 거라고 로리씨에게 남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증명하려고 한 남자에게 한 소녀가 묻는다, 당신 이름이 무엇인가요? "시드니 칼튼".

 

비록 에버몽드라는 이름 혹은 23번이란 이름으로 죽지만 그 순간에 그는 가장 시드니 칼튼다운 시드니 칼튼이었다. 시드니는 단두대로 향하면서 그가 지금껏 해온 어떤 일보다도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가 아는 어떤 안식처보다도 평온한 안식처로 가고 있다고 고백하였다. 루시를 만나 새롭게 살게 되었던 그 때처럼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드니 칼튼은 다시 살아났다.


 

2. 세 명의 배우를 통해 만나 세 명의 시드니 칼튼 (http://blog.daum.net/krcho/15661034 )


공연이란 게 시간이 맞아야 보는 것인지라 시간을 맞추다보니 공교롭게도 윤형렬, 류정한, 서범석 순서대로 보게 되었다.

(1) 순정호구 곰드니 - 윤형렬

(2) 성자 류드니 - 류정한

(3) 아버지 범드니 - 서범석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 3명을 통해 만난 3명의 드니 칼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